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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사도 괜찮을까? :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내집마련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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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사도 괜찮을까? :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내집마련 계산법

주택 구매 3단계 결정

을 산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 재산을 거는 일입니다. 전 재산으로도 모자라서 은행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기도 합니다. 개인의 경제생활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결정은 별로 없습니다.
평범한 생활인들이 내집마련을 계획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고려사항을 체크리스트 식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전월세와 주택 구매 중 선택
둘째, 어디에 살 것인지 입지 결정
셋째, 언제 사야 할지 타이밍 결정
 
물론 이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듭니다.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문제와 언제 집을 사느냐의 문제는 거의 동전의 양면과 같고, ‘어떤 동네로 갈 것인가의 문제도 그 지역의 투자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죠.
우리가 집을 사려고 할 때에는 주거생활의 편의를 누리고 투자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 있습니다주거 편의성은 사람마다 각기 상황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이 가장 편의성이 높을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강남의 20평 아파트가 더욱 좋을 수 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투자수익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실거주 목적이 중요하더라도 집값이 계속 올라준다면 개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죠.
(입지 문제를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일산에 생활공간이 몰려 있는 사람이 용인의 부동산이 유망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리로 옮기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설사 투자가치가 높다는 전망을 믿고 먼 곳으로 이사를 간다 하더라도, 긴 통근시간이나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적응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은 전월세 비용과 주택 구매 시의 금융비용을 고려해서 더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안정된 소득이 있어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고, 그 비용이 월세 비용보다 싸다면 당연히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면 안정적인 전세를 구했고 금융 비용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과중한 대출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간절함은 없습니다.
결국 타이밍의 문제가 남습니다. 지금 집을 사도 괜찮겠느냐 하는 질문이죠.

 

2007년 부동산 호황기에서 배우자!

부동산 경기가 좋았다고 할 만한 시점인 2000년대 중반기를 살펴보면 연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씩 오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2, 3배씩 오르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당시 언론이나 전문가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앞으로도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므로,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평생 내집마련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 했고 다른 쪽에서는 급등하는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으며 무리하게 빚을 냈다가는 평생 빚더미에 깔려 고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양 극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식이든 결단을 내려야만 했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는 시점에서 극단적으로 나뉜 주장들 속에서 어떻게든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지는 그저 예상만 할 수 있을 뿐이며,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만 합니다. 굳이 2007년으로 돌아보려는 것은 당시가 가장 혼란스러워했던 시기였기에, 어떻게 객관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당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숫자의 문제로 풀어보겠습니다.
투자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강남의 30평형대 10억원 아파트를 두고 고민한다고 합시다.

이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는 주택 구매의 기회비용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합니다. 2007년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5%였고, 3년 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5.7% 수준, 은행 대출금리는 대략 7% 선이었습니다. 10억 아파트의 연간 이자비용은 7천만원 정도인 것이죠.
2017년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약 3%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10억원 아파트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3천만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아파트의 명목가격은 똑같이 10억원이지만, 자본비용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한편, 당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율은 겨우 40% 초반대였고, 강남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은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10억 아파트의 전세가가 평균 4억을 넘기 힘들었습니다. 똑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기 집으로 살면 연간 소요비용이 7천만원이고, 전세로 살면 연간 2,800만원입니다.
아파트에 전월세로 살든 자기소유로 살든 간에 생활편익은 동일하게 누릴 수 있지만, 투자수익은 자기 소유일 때에만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 2,800만원만큼은 생활 편익을 위한 비용이고, 차액 4,200만원은 향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옵션을 구매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시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강하게 전망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런 가격구조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시세차익을 위한 비용인 4,200만원은 아파트 가격인 10억원의 4.2%에 해당합니다. 연간 이 수익 이상을 올려야만 최소한의 비용을 회복합니다. 게다가 진짜 투자수익을 올리려면 주택가격이 여기에서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준으로 올라야만 합니다. 2007년의 물가상승률은 2.5%였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연간 6.7% 이상 올라야만 실질적인 투자수익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주택 구매 리스크가 줄었다

201612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보겠습니다. 최근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서울 기준으로 68% 수준까지 뛰어올랐습니다. 10억짜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가 6.8억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은행의 대출금리는 담보대출 기준으로 약 3~4% 수준입니다.
먼저 자가 소유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억원의 연간 이자비용으로 3천만원입니다. 전세라면 전세금 68천만원의 이자비용을 3%로 잡으면 약 2천만원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에서 생각해본다면, 이제는 전세의 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투자수익 옵션의 비용으로는 연간 1천만원 정도만 지불하는 것으로 셈할 수 있습니다. (연간 3천만원의 이자 비용 중에서 전세의 이자비용이 2천만원이기 때문에 나머지 1천만원을 옵션 비용으로 추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소한 주택을 산다는 것에 대한 위험비용은 2007년에 비해 말할 수 없이 줄어든 셈입니다. 당시에는 연간 4,200만원의 비용을 치러야 했다면, 이제는 1천만원으로 비용이 줄어 그만큼 주택 구매의 리스크가 줄어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집을 사는 데 용기를 내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은 1%대 안팎입니다. 그렇다면 10억 원 아파트 구매의 옵션비용은 연 1천만원으로 1%이고, 물가상승률이 1%이기 때문에, 만일 집값이 2% 오른다면 실질적으로도 수익을 낸 셈입니다     
                        

현재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합리적인주거방식을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전세 거주라 하겠습니다. 여전히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가격은 70%에도 미치지 못하며, 기회비용 면에서는 자가 거주에 비해서 무조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자가 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거의 안정성이나 향후 집값 상승의 수익을 향유할 수 없다는 점 정도가 약점이 될 뿐입니다. 그러나 전세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고 월세로 점점 전환되고 있습니다. 주택에서 투자수익이라는 점을 포기한다면 전세만한 선택이 없겠지만, 주거생활이라는 것이 반드시 이런 계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죠.
부동산 전업투자가가 아니라면, 자기가 살 집의 가격상승 가능성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너무 비쌀 때 사지 않고, 너무 쌀 때 팔지 않고 싶다는 욕심 정도는 모두가 가지는 바람일 것입니다. 그럴 때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스스로 인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집값보다 중요한 건 집값의 기회비용

요약해서 말하면 주택 구매시 집값의 절대적인 액수가 얼마인가보다는 현재의 시중금리에 비추어 그 집값의 기회비용이 얼마인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 기회비용은 순수한 주거비용과 자가 보유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나눌 수 있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똑같은 10억짜리 아파트라 하더라도 2007년의 부동산 활황기에는 연간 4,200만원의 투자비용이 들고, 2016년에는 1천만원의 투자비용이 드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이 투자에는 훨씬 안전한 시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향후의 집값 상승에 대해서는 랜덤워크 이론(random walk, 투자자산의 가격은 아무렇게나 걷는 것처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이론)에 따라 전망을 비워두더라도, 현재의 상황이 어떤가를 경제적으로 최대한 파악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최소한 너무 쌀 때 팔지 않고, 너무 비쌀 때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이 포스트는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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