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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만 안 쓰면 친환경 농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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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만 안 쓰면 친환경 농업일까?

 

왜 농촌엔 비닐하우스가 많을까?

 

친환경으로 작물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마을에 사는 경험 많은 농민에게 친환경 농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론과 현실은 달라. 현실적으로 비닐하우스부터 쳐야겠지.”
왜 비닐하우스를 치는 건가요?”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면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일체 검출되면 안 되네. 농약도 인증 받은 비화학 농약, 비료도 유기비료를 써야 해. 그런데 친환경이 아닌 이웃 밭에 뿌린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바람을 타고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친환경으로 인정을 못 받게 되지.”
농작물 보호를 위해 비닐하우스가 필요한 거군요.”
그뿐만이 아니지. 사실 제일 골치 아픈 건 잡초야. 그나마 비닐로 멀칭(mulching, 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을 하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 잡초 문제도 해결하고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지. 잡초가 못 자라도록 볏짚이나 보릿짚, 목초로 덮기도 해. 하지만 비닐로 덮어주는 게 오래 쓰고 일손도 덜 수 있어서 실용적이야.”
나는 이웃 농민과 대화를 나누면서 농촌에 비닐하우스가 많이 들어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심 먹거리, 친환경적이지 않은 생산 과정

친환경이란 무엇일까?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가급적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친환경 제품이란 무엇일까? 생산 판매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품일 것이다. 그렇다면 친환경 먹거리는 무엇일까? 산지로부터의 운송, 가공에 이르는 전반적 단계에서 환경 및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함께 지키는 제품이 아닐까? 아마도 친환경
농산물의 기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금지한 이유도 이들이 농촌의 자연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해 씌운 비닐하우스와 멀칭에 쓰이는 비닐 폐기물은 과연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비닐하우스에 갇힌 땅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공장형 첨단 유리온실에서 재배되는 채소는 어떠할까? 첨단 유리온실은 사계절 내내 식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다. 외부와 차단되어 있으니 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양액을 공급하여 식물을 재배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친환경 채소를 사계절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계절 일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광열비를 지출해야 한다. 재래식 밭작물에 비하여 에너지 소비가 막대하다는 이야기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이지만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비자 안전을 넘어 ‘친환경’ 기본 취지를 돌아보자

생산자로부터 시작된 먹거리의 긴 여정의 마지막 단계가 요리이다.
요즘 스타 셰프, 쿡방과 먹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조리법에 관심을 갖는 일은 생산자에게도 중요하다.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면 소비자들은 좋은 식자재를 찾는다. 그만큼 성실한 생산자들의 생산물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스타 셰프에 관심을 갖듯 소비자들이 친환경동물복지의 기본 취지를 더 많이 공감해 준다면 어떨까? 우리 농촌의 생태계가 한결 건강해지고, 가축들도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친환경 농산물과 동물복지 축산물이 소비자의 안전을 넘어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 포스트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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