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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작문 시험, 이렇게 써야 합격한다

경영 자기계발/뽑히는 글쓰기

by 스마트북스 2017. 9. 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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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작문 시험, 이렇게 써야 합격한다

언론사 입사 지망생을 혼란에 빠트리는 과목이 바로 작문이다. 논술만을 평가하는 다른 업종과 달리 기자, PD, 아나운서 지망생은 별도의 작문 시험을 치른다(최근에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역사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작문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실제 많은 언론사 합격생들은 논술보다 작문 쓰기가 더 어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시험 작문, 과연 어떤 글인가

작문作文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글을 짓는다는 뜻이다. 이 모호함은 곧잘 엉뚱한 해석으로 흐른다. 주제어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죽 나열하는 식이다. 말이 좋아 의식의 흐름이지, 사실은 감성 과잉과 무논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시험 작문은 어떤 글일까? 수십 번의 탈락을 통해 나름 정의 내린 시험 작문은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읽을 맛이 나게 쓴 글이다. 좀 더 풀이하자면, 경험과 성찰을 통해 구축한 글쓴이만의 독특한 관점을 재미있거나 감동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이 정의를 듣고 나면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가 하나둘 떠오른다. 일기와 SNS 게시글이 대표적이다. 두 글 모두 경험과 성찰이 주가 된다. 나름의 관점도 드러난다. 하지만 이는 유사 작문일 뿐 시험 작문이라고 볼 수 없다. 결정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시험 작문과 유사 작문의 차이
일기 = 경험 + 개인적 소회
SNS 게시글 = 경험 +사회 이슈에 대한 단상
시험 작문 = 경험 + 메가트렌드에 대한 통찰
 
일기와 SNS 게시글, 시험 작문이 어떤 지점에서 나뉘는지 공식을 만들어 표현해 보았다. 세 장르 모두 공통으로 경험이 주요 글감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 경험에서 추출한 메시지가 개인적 소회나 사회 이슈에 대한 단상에 머무르느냐, 아니면 메가트렌드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시험 작문과 유사 작문이 갈린다.
메가트렌드는 사회에 불고 있는 거대한 조류다. 지식인의 칼럼에서 특정 키워드가 반복되고, 이 키워드를 제목으로 한 책이 연달아 출간될 때 메가트렌드라는 걸 감지할 수 있다.
 

통찰과 단상의 경계선

다수 지망생의 글은 SNS 게시글과 시험 작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사회 이슈와 메가트렌드, 통찰과 단상을 가르는 명쾌한 선은 없기 때문이다.
무 자르듯 설명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SNS에 속하는 글은 분명히 있다. 같은 사회 이슈라도 본질이 아닌 가십적 요소를 다룬 경우, 찬반이 팽팽한 논란보다는 일방적인 조롱에 해당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한국 사회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헌정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은 메가트렌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이 사안의 본질에 해당하는 비선, 직접민주주의, 헌법 등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이라면 작문 반열에 들 수 있다.
반면, 똑같은 사안을 다루었더라도 SNS 글에 머무르게 만드는 주제도 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에 대한 풍자, 길라임, 마늘주사 같은 비본질적이고 가십에 가까운 사안에 대한 비판이다. 웬만한 연예인도 SNS에 수없이 올렸다는 점에서 이는 통찰보다는 단상에 가깝다. 논쟁적이라기보단 일방적으로 욕먹을소재이기도 하다. 모두가 비판하는 사안에 숟가락을 얹는 글은 용감하기보다는 비겁하다. 그런 글에 매력을 느낄 채점자는 많지 않다.
 

삶에 대한 수준 높은 성찰

굳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 않아도 삶에 대한 수준 높은 성찰 을 다루었다면 시험 작문의 범주에 들어간다.
삶에 대한 수준 높은 성찰은 이런 것이다. 대다수가 별 고민 없이 받아들였던 삶의 명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핵심은 전형성을 탈피한 자신만의 철학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위플래쉬> 같은 영화가 그랬다. 이 영화는 꿈의 파괴적인 속성을 보여준다. 최고의 드럼 연주자가 되려다 몸과 마음에 회복 못할 상처를 입는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고, 꿈이 있는 삶이 행복하다는 통념에 서늘한 반론을 제시한다. 이 영화처럼 누구나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삶의 명제를 비틀면서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춘 글을 쓴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시험 작문이 된다.
 

독창성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작문을 통해 언론사가 파악하고자 하는 요소는 두 가지다. 메시지의 독창성, 전개의 흡인력이다
논술 평가만으로 지원자의 독창성을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 논술은 펼 수 있는 주장 자체가 제한적이다. 사회 이슈에 대한 찬성/반대, 사회 현상에 대한 원인과 대응방안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작문은 주제어만 주어질 뿐, 주제에는 아무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메시지로 글을 쓸 수 있다. 지원자 개개인의 독창성을 맘껏 드러낼 무대가 바로 작문이다. 그런 작문에서 누구나 생각할 만한 뻔한 메시지로 글을 쓰는 건, 기껏 뛰어놀라고 울타리를 걷어주었는데도 쭈뼛대며 같은 자리만 맴도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다. 작문에선 사회의 지배적 관념, 다수의견 같은 틀을 과감히 걷어차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독창성을 갖추라고 하면 지원자들은 곧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내용은 평이하면서 독특한 형식만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경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4차원 글을 써내는 경우, ‘학생에게 맞은 스승도 문제가 있다처럼 설득력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다. 모두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진짜 독창성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어야 한다. 논술은 공부의 영역이지만, 작문은 사고思考의 영역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기사, 사설, 칼럼, 단행본 등을 읽고 공부하면 논술은 중간은 한다. 반면, 작문은 공부한다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서 경험이나 체험을 통해 받은 자극을 완전히 소화하고 나만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말 골똘히 생각해야 한다.
 

흡인력 있는 전개가 중요하다

작문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바로 흡인력이다. 앞서 언론사 작문은 읽을 맛 나게써야 한다고 했다. 읽을 맛 나는 텍스트에는 독자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작문의 흡인력도 다르지 않다. 스토리 자체가 채점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거나, 비교적 평범하더라도 계속 읽고 싶게 만들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란 결국 이야기.
 
전개의 흡인력 예시
세대 차이 난다고 무시했던 아빠도 누군가의 멘토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조그만 회사라도 일단 다니는 게 낫지 않겠니? 나도 그렇게 시작했어.” 충격이었어. 내가 세대차이 난다고 무시하던 아빠가 누군가의 멘토였다니 말이야. 아빠의 후배라는 그 사람은 삶의 고비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곤 했지.
 
같은 내용이지만 단순 설명 보다는 이야기를 버무린 설명 가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작문에선 흡인력을 높이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작문은 두괄식에서 자유롭다

작문도 기본적으로 시험 글이다. 메시지의 명확성, 글감의 힘, 구성의 중요성 같은 시험 글의 특성은 작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작문은 논술보다 두괄식에서 자유롭다.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보통 기승전결 구조로 전개된다. 이중 핵심 메시지는 방향을 전환하는 전부분에 배치된다.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 지났을 때 진짜 메시지가 나온다는 뜻이다.
논술이 글의 서두부터 주장을 치고 나가야 한다면, 작문은 독자가 글 후반부에 자리한 핵심 메시지까지 읽어 내도록 초·중반부를 최대한 흥미롭게 구성해야 한다.

작문도 ‘이성적’으로 쓴다

하나 더. 논술은 이성을, 작문은 감성을 보기 위한 시험 전형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논술과 작문 둘 다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생각을 보기 위한 전형이다. , 감성보단 이성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언론인은 사회에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다. 독자는 언론인의 기분, 감상이 아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니 작문은 감성이 뚝뚝 떨어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합격자의 시험 작문 예시

주제: 대학 생활을 돌아보며 아끼는 후배에게 편지를 쓰다
2013년 신입사원 공채 조선일보 작문 시험

“조그만 회사라도 일단 다니는 게 낫지 않겠니? 나도 그렇게 시작했어.”
충격이었어. 내가 세대 차이 난다고 무시하던 아빠가 누군가의 ‘멘토’였다니 말이야. 아빠의 후배라는 그 사람은 삶의 고비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곤 했지. 내가 뜬금없이 아빠 얘기를 꺼낸 건 요즘 네가 빠져있는 ‘멘토 중독’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야.
꽃 피는 봄, 대학가엔 멘토 열풍이 한창이야. 김미경, 김제동, 박찬욱…….유명한 멘토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너는 마치 자석처럼 끌려가곤 했지.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을 거야. 하나 마나 한 소리라며 불평하는 네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해. 그래, 나도 너와 똑같았어. 기대하고 갔다 실망하고 돌아왔지.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이치였어. 그들이 걱정하는 건 ‘청춘들’이지 ‘너의 청춘’은 아니니까. 애초에 너의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맞춤형 멘토링’ 같은 건 있을 수가 없는 거지.
게다가 넌 무엇을 물어야 할지 충분히 고민도 하지 않았잖니. 질문에 대한 고민을 건너뛰고 듣는 답은 네 삶에 아무런 울림을 줄 수 없단다.
그제야 아빠가 떠올랐어. 갑자기 웬 아빠냐고 하겠지만, 사실 아빠와 멘토는 관계가 깊어. 멘토의 어원 자체가 아버지의 부재와 관련이 있거든. 호메로스가 트로이전쟁 탓에 집을 비우게 되자 친구 멘토르mentor에게 아들을 부탁한 게 멘토의 시작이야. 그러니 아빠가 계시는 우리는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멘토를 쫓아다닐 필요가 없는 거지. 아빠의 멘토링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고? 그래 나도 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아니더라. 아빠만큼 내 상황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고, 내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주는 사람도 없지. 무엇보다 접근성이 뛰어나잖니.
아침저녁 식탁에서 마주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네 가슴에 삶에 대한 물음이 똬리를 틀 때면 언제든 질문할 수 있지. 아빠는 뻔한 성공 스토리가 아닌 사실적인 실패담을 잘 버무린 조언을 해주실 거야. 그러니까 굳이 우리가 멘토에 목맬 필요는 없는 거야. 이제 아빠에게 멘토의 자리를 돌려주면 어떨까.

이 글을 썼던 2013년 상반기에는 반멘토 열풍이 메가트렌드였다.
2012년 하반기는 김미경, 김제동, 박찬욱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가 청년의 멘토로 등장해 콘서트 형식으로 조언을 건네는 게 트렌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멘토에 환호하는 건 기형적인 사회구조를 만든 기성세대에게 면죄부는 물론 권위까지 부여하는 것이란 반발이 나온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합류하는 논객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반 멘토론이 새로운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글은 반 멘토론이라는 메가트렌드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멘토의 어원을 언급하면서, 멘토를 무작정 부정하기보다는 아버지에게 그 역할을 맡겨보자는 새로운 메시지를 담았다. 멘토 현상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통찰을 담은 이 글은 입사 시험을 통과했다.
    

이 글은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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