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형식을 쓰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위 글은 ‘전쟁’을 키워드로 쓴 작문이다. 글 초반에 제2의 남북전쟁이 발발했다는 가정을 보여준 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대남 심리전 담당 부서에 직접 보낸 공문 형식으로 글을 구성했다. 그러면서 특권층의 일탈 행위로 사회 지도층과 국민 사이 신뢰가 바닥난 남한 사회를 풍자했다.
공문 형식으로 접근한 게 적절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이 글을 일반적 에세이 형식으로 썼을 때를 가정해보면 된다. ‘사회 지도층이 특권을 악용해 제 잇속만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주장을 담은 다소 밋밋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괜찮은 문제제기이지만 결코 독창성을 갖추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주장을 드러낼 신선한 소재도 없다.
발상을 전환했다.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북한이 남한의 무엇을 치명적 약점이라고 보고 어떤 공격을 할까 상상해보았다. 우리 사회의 약점이 지도층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음모론에 취약한 체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발상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하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대남 심리전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에 보내는 공문을 택했다. 에세이로 쓴 것보다 입체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글이 되었다.
형식과 내용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려면 이 형식을 써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즉, 에세이로 쓰면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형식을 점검해보자.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기발한 형식’은 독자에게 유치함이라는 끝맛을 남긴다.
위 글을 김정은이 북한 병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공문이라는 틀로 전개했을 때보다 ‘기발하다’는 느낌은 덜 줄 수밖에 없다. 서간문은 비非 에세이 중에 가장 대중적이고, 많은 지원자가 이 형식을 차용한다. 독창성을 위해서 에세이를 피했는데, 그마저도 남들 다 쓰는 형식이라면 굳이 에세이를 버린 보람이 없다.
(다만 모든 서간문이 다 나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서간문 형식으로 쓰인 주옥같은 소설도 얼마든지 있다. 경계해야 할 건 에세이는 뻔하고 기발한 형식이 떠오르지 않으니 그나마 만만한 서간문으로 쓰자고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는 일이다.)
3. 형식을 디테일이 뒷받침해야 한다
존재 이유가 분명하고
, 내용과도 맞아떨어지며, 그 자체로 독창성을 품고 있고 디테일까지 갖춘 형식의 글을 시험 당일 현장에서 써내긴 불가능하다. 차별화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기발한 형식을 시도했다가는 유치하고 개연성도 떨어지는 최악의 글을 써내기 쉽다. 기발한 형식을 시도한 글은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실제 양식도 찾아보고, 양식에 필요한 디테일도 파악하고, 내용에 딱 들어맞는 유일한 형식인지도 검토해야 한다.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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