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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경험을 좋은 글로 풀어내는 법

경영 자기계발/뽑히는 글쓰기

by 스마트북스 2017. 9. 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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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경험을 좋은 글로 풀어내는 법 

글로 쓸만한 경험이 없다?

경험은 작문의 씨앗이다. 기발한 형식으로 승부수를 띄운 소수의 작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작문은 지원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통찰을 담은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다. 경험이 작문의 출발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망생의 고민도 시작된다. 한 마디로 간추리면 이거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와 글에 쓸 만한 특별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과연 그럴까.
 

특별한 관찰력이 특별한 경험을 만든다

한국인에게 유독 사랑받은 에세이스트 고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 자기계발서만 깨작거리던 나는 그녀의 글을 접하며 에세이의 매력에 눈떴다.
불편한 몸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문학과 세상을 껴안았던 삶 자체가 주는 감동이 그녀의 글에 후광을 비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녀가 이렇게 많은 독자에게 진한 사랑을 받은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 그녀의 글은 일상에 발을 딛고 서 있다. ·퇴근길에 마주치는 이웃, 학교에서 만나는 대학생. 평범한 얼굴에서 그녀의 글은 출발한다. 갔던 길도 열 번은 헤매는 지독한 길치 탓에 고생한 일, 파지 줍는 굼뜬 할머니 때문에 지각할 뻔한 일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경험이 주요 재료가 된다. 그러니 공감을 안 하려야 안 할수가 없다.
평범平凡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비범非凡한 통찰을 담아낸다. 길을 찾기 위해 U턴을 하면서 인생도 결국은 U턴을 닮았음을 발견하고, 짬짬이 소설을 읽으며 붕어빵을 파는 청년을 보면서 문학의 힘을 깨닫는다. 그러니 감동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김훈은 또 어떤가. ‘라면을 끓이며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더는 일상적일 수 없는 경험에서 그의 에세이는 시작되지만 더 이상 고유할 수 없는 독창성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특별한 글은 특별한 경험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별것 아닌 경험에서도 별것을 발견하는 특별한 관찰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태껏 특별한 경험을 못했다고 작문을 못 쓰는 건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작은 경험에 ‘독서’라는 물을 줘라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특별한 관찰력을 기르는 것이다. 작문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당분간은 관찰력 풀 가동 모드로 살아야 한다. 이제와 새로운 경험을 하겠다며 덤빌 게 아니라 지하철을 타며,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며, 길을 걸으며 짬짬이 작가의 눈으로 일상을 관찰하라는 뜻이다.
그런 뒤 기록해야 한다. 경험하거나 관찰한 것, 그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일기 형식으로 적어둔다. 이런 식이다.
 
단상 메모
남자친구와 선물때문에 다툼. 남친은 내가 사달라는 걸 사주는 게 최고의 선물이라는데. 나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빠진 선물이 과연 의미 있을까.
 
단상 수준의 생각이라도 꾸준히 메모한다. 물론 이 메모 모두가 작문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다. 오직 나에게만 의미 있는 메모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메모가 시간이 흐르고 꾸준히 독서라는 물을 주었을 때, 새싹이 싹을 틔우듯 어느 순간 작문이 된다. 성찰에 필요한 적당한 시간과 독서가 메모를 작문으로 발아發芽시키는 것이다.
 
단상 메모에서 작문으로
크리스마스이브, 남자친구와 가벼운 말다툼을 했다. 선물 때문이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텅 빈 통장을 긁어모아 넥타이를 선물했는데 그는 역시나 빈손이었다. 예상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의 선물론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받는 사람에게 최대치의 효용을 선사해야 한다는 선물 철학을 가진 남자친구는 나더러 함께 백화점에 가서 원하는 선물을 고르라고 했다. 선물의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는 거라고 말하며 나는 토라졌다. 상대에게 결핍된 것을 고민하는 시간이 빠진 선물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대차게 쏘아붙였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한 방에 나는 삐죽 내밀었던 입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직접 산 물건보다 선물 받은 물건의 가치를 20%나 낮게 본다는 한 대학의 연구조사를 그가 인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아령같이 너에게 아무 쓸모없는 걸 선물하면 어떻겠어?” 그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경제학은 힘이 셌지만, 낭만은 빈틈이 많았다.
돌아오는 길, 갑자기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동화가 생각났던 것은 그래서였다. 그의 경제학에 한 방을 먹일 궁리를 하다 어려서 읽었던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로를 끔찍하게 위하던 부부가 서로에게 아무 쓸모없는 물건을 선물하고서도 최대치의 행복을 느꼈던 그 이야기. 그 길로 원작을 집어 들었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아무래도 시대상이 더 자세히 들어난 건 동화보단 원작 쪽이었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팔아야 했던 미국의 황금만능주의 시대가 배경이었다. 둘은 그 시대의 희생양이자 승리자였다. 아내는 부잣집 사모들도 부러워했던 탐스러운 머리칼을 팔아야 했지만 대신 남편의 온전한 사랑을 얻었고, 남편은 가문의 자랑인 시계를 팔았지만 아내의 희생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부부가 서로를 위해 마련한 선물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들은 꼭 필요했던 물건을 선물 받은 것보다 더 진한 행복을 느낀다. ‘무가치성의 가치로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뒤통수를 때린 사건이었다.
당시의 미국만큼이나 시장 논리가 힘이 센 오늘날 대한민국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만을 권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리라 마음먹었다. 숨 막히는 경제학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빈틈없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인간 논리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어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랑이나 인간애야말로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시대를 뛰어넘는 유일한 자원이다. 경제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현상 중 하나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한참이 흐른 뒤였다. 경제적 효용은 현금이 제일인데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선물을 주고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경제학의 언어로 설명하려고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치가 지닌 거대한 가치를 아는 나는 슬며시 웃음이 났다.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

남자친구와 선물 때문에 투덕거렸던 경험을 메모해 두고 틈날 때마다 생각했다. 경제학 책을 보다가 선물에 관련된 통계나 발상을 접하면 그 메모 옆에 포스트잇으로 이를 정리해두었다. 굳이 글을 쓰기 위해 선물과 관련한 책을 시간 내어 찾아보지 않아도 이런 작은 메모 습관으로 비교적 쉽게 글감을 확보할 수 있다.
좋은 작문을 쓰기 위해 책, 신문 같은 여러 자료를 참고하는 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다. 작문은 일상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통찰이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에 억지로 끌어다 썼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경험을 메가트렌드와 연결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메가트렌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기 위해 억지로 경험을 짜냈다거나, 반대로 개인적인 경험만 쓰기엔 부족하니 억지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덧붙였다 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경험이 삶과 메가트렌드에 대한 통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채점자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자연스러움의 핵심이 바로 일상적인 관찰과 꾸준한 메모다.
하루 만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씨앗이 없듯, 꾸준한 관찰과 독서 없이 단박에 뛰어난 작문이 되는 일은 없다. 시험 작문은 요행을 바라지 않는 성실한 농부의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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