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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실무평가 통과하는 법

경영 자기계발/뽑히는 글쓰기

by 스마트북스 2017. 9. 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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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실무평가 잘 보는 팁

산 넘어 산이다. 실무평가를 앞둔 기자 지망생의 심정은 꼭 이럴 것이다. 어렵게 필기 전형을 통과했더니 이제는 기사를 써보란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선 말이다. 필기 합격의 기쁨도 잠시, 다시 한숨이 푹푹 나온다.
실무평가를 겁내는 지망생이 참 많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두 달 동안 언론사에서 인턴을 해본 나에게도 실무평가는 막막한 전형이었다. 언론사 실무평가는 보통 예측할 수 없는 장소에 지원자를 떨어트려 놓고,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제시어를 주고선 2,000자 분량의 기사를 써내는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된다.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언론사도 있고,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언론사도 있다. 기사에 대한 감도 못 잡았는데 취재 수단까지 제한하니 지원자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주눅들 필요 없다 조건은 같다

 
쩍쩍 금이 가는 멘탈을 부여잡기 위해서 일단 알아야 할 게 있다. 첫째, 지원자 대다수가 기사는 처음이다. 논술, 작문만 연습하지 기사까지 훈련한 지원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까 조건은 같다. 기사 안 써봤다고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둘째, 어지간하면 현장 기사는 다 쓸 수 있다. 기자 시절, 그럴듯한 아이템을 못 찾으면 몸으로 때운다며 현장으로 갔다.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듯 쓰기만 하면 꽤 읽을 만한 르포 기사가 되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남산, 명동, 인천국제도시 같은 특정 장소에 달랑 취재 수첩만 든 지원자를 대책 없이 풀어놓는 이유도 비슷하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주가 되는 르포 기사를 쓰는데 노트북 같은 취재 수단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꼼꼼한 묘사로 현장감을 살려라

현장 기사 예시
22일 오전 4시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색이 바랜 등산복에 두툼한 안전화를 신은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등에 메고 온 커다란 배낭을 아무렇게나 길가에 던져놓은 사람들은 봉사단체가 나눠주는 둥굴레차를 한 손에 감아쥐듯 들고 다른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일부는 얼굴이 익은 사이인 듯 김형, 오늘은 일이 좀 있겠지?”, “또 데마치(일 없는 날을 가리키는 공사판 은어) 맞으면 안 되는데…….”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남구로역 새벽 인력 시장 모습이다.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최대 규모 인력 시장이 선다는 이곳엔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주는 인력 사무소 30여 곳이 줄지어 있다. 하루 약 1,000명이 노동력을 팔고자 이곳을 찾는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는 인력시장에 나온 구직자들을 조바심나게 한다. 명절을 쇠려면 한푼이라도 벌어야 하는데, 추석을 넘기면 공사 비수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인력 사무소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공사장 일자리는 별로 늘지 않았는데 일하려는 사람만 평소의 20% 정도 늘어 공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략)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를 앞둔 중국 동포도 대거 몰려나왔다. 남구로역 5번 출구 인근엔 한국 근로자들이 자리를 잡았고, 왕복 4차로인 도림로를 기준으로 맞은편인 구로동 하나은행 지점 건물 앞엔 중국 동포가 몰려 있었다.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왔다는 장모(48) 씨는 중국의 집에 선물이라도 보내려면 많이 벌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후략) / 2015923, 조선일보 윤형준 기자  해당 기사  전문보기      


이 기사는 추석을 앞둔 인력 시장의 모습을 다룬 전형적인 르포 기사다. 사실 이 기사에서 뉴스news , 새로운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곳은 작년 추석에도, 재작년 추석에도 비슷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도 올해 유독 두드러졌던 변화 같은 건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르포 기사는 사회면 톱기사로 실렸다. 조선일보 사회면에, 그것도 가장 비중이 큰 톱기사로 실린다는 건 뉴스 가치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된다.
이 기사의 경우 추석을 앞둔 인력 시장의 분주하고, 초조한 공기를 독자의 눈앞에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만으로도 뉴스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르포 기사의 생명은 꼼꼼한 묘사에서 나오는 현장감에 있다. 대부분 기자 지망생은 기존에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를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실무평가에 임한다. 그러나 기사 훈련 한 번 제대로 못 받은 지망생이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다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수년간 훈련받은 기자들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느냐며 썼던 주제를 조금 바꿔 쓰고 또 쓰고 한다. 그러니까 지망생은 무조건 새로운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릴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내가 보고 느낀 걸 최대한 세밀하게 전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현명하다.
 

숫자를 적극 활용하라

세밀한 전달을 위해 자주 동원해야 하는 게 바로 숫자. 2010년 문화일보 실무평가 주제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서울 명동과 창덕궁에 지원자들을 떨구고는 외국인 관광객과 관련된 주제로 기사를 쓰라고 주문했다.
당시 나는 외국어 안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취재에 들어갔다. 미국, 유럽, 아시아 관광객을 섞어 총 25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답변에 대한 통계를 냈다.
 
숫자의 활용 예시 1
A. 본지가 일 서울의 관광특구 명동과 대표적 관광지 창덕궁을 찾은 외국인을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가 외국어 안내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B. 본지가 일 서울의 관광특구 명동과 대표적 관광지 창덕궁을 찾은 외국인 25명을 인터뷰한 결과, 19(76%)외국어 안내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기사는 객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숫자. 그런 면에서 대다수‘76%’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국어 안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다소 밋밋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실무평가를 통과한 비결은 바로 이 통계에 있었다.
다음은 조선일보 실무평가 때 써낸 기사다. 마찬가지로 숫자를 곳곳에 활용해 기사에 객관성을 더했다.
 
숫자의 활용 예시 2
와이셔츠·BB크림에 애완용품까지골목상권 위협하는 다이소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A 문구. 개점이 한 시간여 지났지만 전용면적 191 규모 매장에는 한기만 느껴졌다.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점장 이모(30) 씨는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장사가 잘되느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그는 빠른 속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다이소에 자도 꺼내기 전이었다. 이씨는 문 연 지 한 시간 지나도록 복사 손님 한 명뿐이었다“5분 거리에 다이소가 두 군데나 있어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다이소 종각점은 이곳과 불과 200m, 다이소 종로3가점은 350m 떨어져 있다.
이씨가 문구점 문을 연 건 3년 전. 개장하고 16개월 동안은 장사가 잘됐다. 그러나 인근에 다이소 종각점이 들어서고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씨의 단골손님이 어느 순간부터 다이소 비닐봉지를 들고 왔다. 그는 손님들이 다이소에서 잔뜩 쇼핑하고, 우리 가게에 와서는 없는 물건만 산다더라이제 다이소 봉지만 봐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다이소만큼 다양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맞출 수 없어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했다. “A4용지 사면서 다이소는 100장에 1,000원인데 왜 여기는 더 비싸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똑같은 업체에서 물건을 받는데도 다이소가 20% 더 싸니까요.” 그는 자신의 가게를 다이소 부분 집합이라고 했다.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가 전문사무용품, 화장품, 식료품, 애완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면서 주변 상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보다 더 위협적인 게 웬만한 물건을 다 취급하는 다이소라고 입을 모은다. (중략)
 
만약 191대신에 꽤 넓은’, 200·350m 대신 가까운’, 20% 대신 조금을 집어넣었다면 어땠을까.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사안의 심각성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숫자는 사안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 독자가 사안의 심각성을 공감하게 만드는 효율적인 도구다.
    

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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