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은 통찰에서 우러나온 독창성, 흡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흡인력은 둘째 치더라도 통찰은 단시간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험 당일 통찰이 보이면서도 술술 읽히는 글을 즉흥적으로 써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회 이슈에서 출제되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논술과 달리, 작문은 지원자가 전혀 예상 못한 문제가 나온다. 마치 언론사끼리 특이한 문제 내기 경쟁이라도 붙은 듯하다.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데, 답변은 통찰에서 나온 독창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작문 시험을 대비하는 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콘텐츠 돌려막기’다.
내가 치렀던 조선일보 시험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문제는 ‘대학 생활을 돌아보며 후배에게 당부하고픈 말 편지 쓰기’였다. 주제를 보는 순간 나는 그동안 준비해 둔 작문 카드를 마음속으로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청춘의 주거 불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탐욕, 가족 해체, 불안 등을 주제로 쓴 글을 차례로 떠올리며, 이번 시험에는 어떤 카드를 내미는 게 유리할지 고민했다.
결국, 내민 카드는 ‘멘토’를 주제어로 시험 6개월 전에 써두었던 1,800자 분량의 작문이었다. 멘토 중독, 반 멘토 현상은 대학생이 그 주축이었기에 ‘대학 후배에게 당부하는 말’이란 주제어와 궁합이 잘 맞았다. (당시 작문 전문 보기 )
그렇게 나는 시험장에서 미리 써두었던 글을 다듬어 제출했다. 초고가 없었다면 한 시간 동안 멘토의 어원까지 동원한 차별성 있는 글을 써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핵심은 시험 당일 제시어에 어울리게 조금만 손보면 되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평소에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 키워드를 주제로 꽤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어 두었다면, 이제 ‘발효’의 단계가 남았다. 다 썼다고 방치하지 말고 꾸준히 들여다보며 더 잘 맞는 사례, 더 간결한 문장을 찾아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내가 쓴 글이라도 써놓고 ‘나 몰라라’ 하면 정작 시험장에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게 된다. 꺼내 쓸 카드가 손에 있긴 한데 여기 저기 찢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완성한 글을 깨끗이 정리해 들고 다니며 종종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문장을 외울 것까진 없지만, 핵심메시지·사례·통계·어록을 기억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AS도 필요하다.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주제와 꼭 맞는 사례나 명언을 발견하는 경우도 꽤 자주 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더 참신한 것으로 교체하자. 정성을 쏟은 퇴고로 나아지지 않는 글은 없다.
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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