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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시험 작문, 기발한 형식으로 승부하는 법

경영 자기계발/뽑히는 글쓰기

by 스마트북스 2017. 9. 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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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시험 작문, 기발한 형식으로 승부하는 법

 

정말 기발한가? 유치한 거 아니고?

작문 시험에서 기발한 형식은 카드의 조커와 쓰임이 비슷하다. 글의 내용과 형식이 찰떡궁합이면 합격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다름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합격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발한 형식이 빛나려면 글의 내용과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많은 지원자가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해 독특한 형식을 고안한다. 지원자의 경험과 경험에서 추출한 사회적 메시지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에세이 형식으로는 창의성을 충분히 어필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참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보았다. 비교적 많은 지원자가 쓰는 편지와 대담, 초단편 소설(원고지 7~8매 분량의 소설)부터 유서, 공문, 피의자 진술서, 조지 오엘이 한국 네티즌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남들이 안 쓸 것 같은 형식이라면 다 한번씩 써보았다. 당시에는 이 정도로 창의적이라면 합격이야라고 생각했지만, 기자생활을 하고 나서 다시 보니 이른바 오글거리는글도 상당수였다. 5년 남짓 기자 생활한 나도 그럴진대, 최소 10년차 이상의 선배들이 보았다면 오죽했을까 싶었다.

공문

수신: 통일전선부(대남 심리전 담당)

2 북남전쟁을 치르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오늘부터 달라진 대남 심리전 전략이니 날래 읽으시고 즉각 행동으로 옮기길 바랍니다.
. 남조선 고위층의 병역 비리 부각시켜 적군의 사기를 떨어트릴 것.
남조선 고위층의 병역 면제는 적들의 뒤꿈치 근육(아킬레스건)’입니다. 돈 있고 힘 있으면 국방의 의무도 피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남조선 사람들 사이에서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이 부분을 부각하면 돈도 힘도 없어 군대에 끌려온 적군이 깊은 좌절감과 회의를 느낄 것입니다. 남조선 병사들은 숫자에 약하니 일반인은 100명 중 4명만 군 면제를 받는데, 국회의원아들은 10명 중 2명이 면제받는다는 통계를 덧붙이길 바랍니다.
. 음모론으로 남조선을 자중지란에 빠트릴 것.
음모론을 흘려 적군과 지휘부가 자중지란에 빠지게 하는 전략입니다. 신뢰가 허약한 남조선에 음모론은 직방으로 통합니다. 군 지휘부가 한때 상관이었던 퇴역 군인 출신 전문 아부꾼(로비스트)의 아부에 무너져 필요 이상의 무기를 구매했고, 이를 소진하기 위해 억지로 전쟁을 끌고 가고 있다는 음모를 전파하십시오. 이때 현역 장교 700여 명, 전역도 전에 무더기 무기 중개업체 취업기사를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면 남조선 병사들은 군 수뇌부의 지시에 의심을 품게 될 것입니다. (후략)      

송신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유치한 형식을 피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1. 이 형식을 쓰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위 글은 전쟁을 키워드로 쓴 작문이다. 글 초반에 제2의 남북전쟁이 발발했다는 가정을 보여준 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대남 심리전 담당 부서에 직접 보낸 공문 형식으로 글을 구성했다. 그러면서 특권층의 일탈 행위로 사회 지도층과 국민 사이 신뢰가 바닥난 남한 사회를 풍자했다.
공문 형식으로 접근한 게 적절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이 글을 일반적 에세이 형식으로 썼을 때를 가정해보면 된다.사회 지도층이 특권을 악용해 제 잇속만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다소 밋밋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괜찮은 문제제기이지만 결코 독창성을 갖추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주장을 드러낼 신선한 소재도 없다.
발상을 전환했다.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북한이 남한의 무엇을 치명적 약점이라고 보고 어떤 공격을 할까 상상해보았다. 우리 사회의 약점이 지도층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음모론에 취약한 체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발상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하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대남 심리전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에 보내는 공문을 택했다. 에세이로 쓴 것보다 입체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글이 되었다.
형식과 내용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려면 이 형식을 써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 에세이로 쓰면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형식을 점검해보자.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기발한 형식은 독자에게 유치함이라는 끝맛을 남긴다.


 
2. 형식 그 자체로 독특해야 한다

위 글을 김정은이 북한 병사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공문이라는 틀로 전개했을 때보다 기발하다는 느낌은 덜 줄 수밖에 없다. 서간문은 비에세이 중에 가장 대중적이고, 많은 지원자가 이 형식을 차용한다. 독창성을 위해서 에세이를 피했는데, 그마저도 남들 다 쓰는 형식이라면 굳이 에세이를 버린 보람이 없다.
(다만 모든 서간문이 다 나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서간문 형식으로 쓰인 주옥같은 소설도 얼마든지 있다. 경계해야 할 건 에세이는 뻔하고 기발한 형식이 떠오르지 않으니 그나마 만만한 서간문으로 쓰자고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는 일이다.)
 

3. 형식을 디테일이 뒷받침해야 한다

기발한 형식을 택했다면 이를 탄탄하게 받쳐줄 디테일도 필요하다. 위 글은 최대한 북한의 공문 느낌을 주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 썼다. 실제 대남 심리전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를 수신인에 적었고, 영문 표기를 쓰지 않는 북한 언어의 특성을 감안해 아킬레스건을 뒤꿈치 근육, 로비스트를 전문아부꾼으로 표현했다(실제 북한에서 이렇게 쓰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디테일은 글에 잔재미를 불어 넣음과 동시에 리얼리티를 살린다. 어떤 형식을 택했든 그에 맞는 디테일을 채워주어야 하는 이유다.

 


기발한 형식은 평소에 만들어야 한다

존재 이유가 분명하고, 내용과도 맞아떨어지며, 그 자체로 독창성을 품고 있고 디테일까지 갖춘 형식의 글을 시험 당일 현장에서 써내긴 불가능하다. 차별화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기발한 형식을 시도했다가는 유치하고 개연성도 떨어지는 최악의 글을 써내기 쉽다. 기발한 형식을 시도한 글은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실제 양식도 찾아보고, 양식에 필요한 디테일도 파악하고, 내용에 딱 들어맞는 유일한 형식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조커는 머릿속에 전략을 그려두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그 진가眞價를 발휘한다. 마찬가지로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된 형식만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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