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글쓰기는 손으로 쓴다. 이 단순한 사실은 글쓰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변수가 된다. 생각은 빠르다. 대단한 속기사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을 하나도 빠짐없이 타이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수기라면 오죽할까. 생각은 휙휙 지나가는데 느려 터진 손은 한 단어도 채 못 쓰고 쩔쩔매는 일이 다반사다.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을 손이 단단하게 잘 붙들어 두는 일, 손과 두뇌의 팀워크가 시험 글쓰기의 관건인 이유다.
그런 면에서
시험 글쓰기는 우사인 볼트와 팔다리를 묶고 뛰어야 하는 2인 3각 경기와 닮았다. 100미터를 24초에 주파하는 내가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와 2인 3각 경기를 뛴다고 가정해보자. 우사인 볼트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총알처럼 내달려도 우리의 2인 3각 기록은 아마 형편없을 것이다. 그와 손발을 묶고 있는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자꾸 멈추고, 넘어지고, 헉헉거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쓰면 마음껏 고치기 힘들다
. 특히 문단을 통째로 지우거나 바꾸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지울 수 없다는 것의 공포는 생각보다 크다. 나 역시 빈 원고지를 앞에 두고 손을 벌벌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채점자도 사람이다. 그것도 그냥 사람이 아니라 눈 나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입사시험 채점은 보통 중간 간부가 도맡는다. 입사한 지 최소 15년 이상이 지난 중간 간부는 오랫동안 모니터를 봐온 탓에 눈도 침침하고, 운 나쁘면 노안일 수도 있다. 때문에 답안지 글의 ‘가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선 글씨는 성의 있게 또박또박 써야 한다. 글씨를 못 쓰는 것과 성의 없게 쓰는 건 다르다. 글씨 자체는 균형이 잘 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읽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 들여 쓴 답안지는 최소한 비호감으로 찍히진 않는다.
행정·사법·외무 고시에 합격한 3관왕 고승덕 씨가 채점자의 눈에 띄기 위해 만년필 잉크를 직접 제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진한 잉크를 써야 채점자의 눈에 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두 달 동안 잉크를 말려 농도를 조절했다고 한다. 또 만년필에 실을 감고 풀을 먹여 땀 이 나도 손가락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작까지 했다.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는 그도 답안의 가독성을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 그러니 글쓰기 신이 아닌 우리는 말해 뭐할까. 최소한 잘 보이지도 않는 0.3mm의 가는 펜으로 글씨를 휘갈겨 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 학벌도 좋고 인물도 좋던 한 남자 장수생(최소 2년 이상 시험을 준비한 준비생을 뜻하는 은어)을 스터디에서 만났다. 토론 시간 내내 그는 날아다녔다. 그가 왜 여태 합격하지 못했는지 의아했다.시험 글쓰기를 훈련할 때만큼은
노트북 대신 노트를 가까이하자. 그래야 머리와 손이 합을 맞춰볼 기회가 많아진다.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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