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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논술, 시험 글쓰기 승부처는 '손'이다!

경영 자기계발/뽑히는 글쓰기

by 스마트북스 2017. 9. 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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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논술, 시험 글쓰기 승부처는 '손'이다!

 

시험 글쓰기는 손으로 쓴다. 이 단순한 사실은 글쓰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변수가 된다. 생각은 빠르다 대단한 속기사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을 하나도 빠짐없이 타이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수기라면 오죽할까. 생각은 휙휙 지나가는데 느려 터진 손은 한 단어도 채 못 쓰고 쩔쩔매는 일이 다반사다.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을 손이 단단하게 잘 붙들어 두는 일, 손과 두뇌의 팀워크가 시험 글쓰기의 관건인 이유다   

 

손이 따라잡지 못한 생각은 휘발된다

그런 면에서 시험 글쓰기는 우사인 볼트와 팔다리를 묶고 뛰어야 하는 23각 경기와 닮았다. 100미터를 24초에 주파하는 내가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와 23각 경기를 뛴다고 가정해보자. 우사인 볼트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총알처럼 내달려도 우리의 23각 기록은 아마 형편없을 것이다. 그와 손발을 묶고 있는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자꾸 멈추고, 넘어지고, 헉헉거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록을 단축하려면 차라리 매일 만나 헛 둘 헛 둘하며 합을 맞추어보는 편이 낫다. 볼트는 나를 위해 속도를 줄여주고, 나는 최대한 그의 손을 놓치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시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떠올라도 내 손이 그 생각을 낚아채 기록하지 못하면 금세 휘발되고 만다.
생각은 손의 속도를 배려하고, 손은 최선을 다해 생각을 따라잡아야 아까운 아이디어가 공중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꾸준히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 손의 속도에 맞추어 생각의 속도를 제어하는 훈련 말이다.    

 

맘 편히 고칠 수 없다

손으로 쓰면 마음껏 고치기 힘들다. 특히 문단을 통째로 지우거나 바꾸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지울 수 없다는 것의 공포는 생각보다 크다. 나 역시 빈 원고지를 앞에 두고 손을 벌벌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은 꼼꼼한 글 설계도뿐이다. 조사와 어미만 붙이면 대충 글이 완성될 정도로 세밀하게 설계도를 짰다. 글의 개요를 짠다고 하면 보통 문단별 핵심 문장 4~5줄 정도를 적는 행위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문단에 쓸 주제문, 뒷받침할 사례와 통계까지 메모 형식으로 모두 적어두고 시작해야 한다.
나는 개요 분량이 전체 글의 3분의 1 정도가 될 정도로 무척 세밀하게 설계도를 작성했다. 개요를 짜는 시간은 시험 시간의 3분의 1 정도를 할애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단을 연습장에 적어두고서야 답안지쓰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세밀하게 설계도를 짜두어야 중간에 규모가 큰 수정을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보기 좋은 글이 읽기도 좋다

채점자도 사람이다. 그것도 그냥 사람이 아니라 눈 나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입사시험 채점은 보통 중간 간부가 도맡는다. 입사한 지 최소 15년 이상이 지난 중간 간부는 오랫동안 모니터를 봐온 탓에 눈도 침침하고, 운 나쁘면 노안일 수도 있다. 때문에 답안지 글의 가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선 글씨는 성의 있게 또박또박 써야 한다. 글씨를 못 쓰는 것과 성의 없게 쓰는 건 다르다. 글씨 자체는 균형이 잘 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읽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 들여 쓴 답안지는 최소한 비호감으로 찍히진 않는다.
행정·사법·외무 고시에 합격한 3관왕 고승덕 씨가 채점자의 눈에 띄기 위해 만년필 잉크를 직접 제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진한 잉크를 써야 채점자의 눈에 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두 달 동안 잉크를 말려 농도를 조절했다고 한다. 또 만년필에 실을 감고 풀을 먹여 땀 이 나도 손가락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작까지 했다.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는 그도 답안의 가독성을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 그러니 글쓰기 신이 아닌 우리는 말해 뭐할까. 최소한 잘 보이지도 않는 0.3mm의 가는 펜으로 글씨를 휘갈겨 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새벽에 노트북으로? '스튜핏'!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학벌도 좋고 인물도 좋던 한 남자 장수생(최소 2년 이상 시험을 준비한 준비생을 뜻하는 은어)을 스터디에서 만났다. 토론 시간 내내 그는 날아다녔다. 그가 왜 여태 합격하지 못했는지 의아했다.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토론이 끝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되자 그는 원고지나 노트 대신 노트북을 꺼냈다. 그러고선 말했다. 손으로는 잘 못 써서요, 전 노트북에 쓸게요.” 손으로 쓰는 걸 많이 힘겨워했던 그는 시험에서 번번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새벽에 내 방에서 써야 잘 써진다라며 스터디에서는 한사코 글쓰기를 거부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의 글은 들쑥날쑥했다. 미리 써온 글은 수준급이었지만, 스터디 현장에서는 글을 완성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이들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시험은 새벽에 고요한 내 방에서 노트북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대낮에, 못해도 수십 명이 모인 공간에서 수기로 치러진다. 그런데도 실제 시험과 동떨어진 조건에서 훈련하는 건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노트북 대신 노트를 펴자

시험 글쓰기를 훈련할 때만큼은 노트북 대신 노트를 가까이하자. 그래야 머리와 손이 합을 맞춰볼 기회가 많아진다.
평소엔 연습 한번 없다가 시합 당일 벼락치기로 합을 맞춘다고 팀워크가 생겨날 리 없다. 그래서 모든 시험 준비를 웬만하면 수기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터디 시간뿐 아니라 혼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도 노트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나가며 요약 정리하는 걸 권한다.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히 머릿속엔 있는데, 막상 꺼내 문장으로 옮기려하면 마치 버퍼링이 걸린 것 같이 좀처럼 펜이 나가지 않는 증상은 시험 글쓰기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
이 버퍼링 시간을 줄이는 데 손으로 자주 써보는 것만큼 특효약이 없었다. 머리에 있는 생각을 꺼내 정확히 종이에 옮기는 일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집중력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 늘려 나가야 한다. 처음엔 한 문장 쓰고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바빴던 나도 꾸준히 손으로 쓰는 훈련을 했더니 집중해서 글 쓰는 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처음이 힘들어서 그렇지, 익숙해지면 손으로 쓴 글이 컴퓨터로 쓴 것보다 글의 밀도면에서 압도적이다. 글을 쓰는 환경에 따라 발휘되는 집중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손으로 쓰기의 위력을 경험한 나는 기자가 되고 나서도 중요한 기사를 쓸 때면 손으로 초고를 썼다. 글쓰기를 훈련하는 데 자판보다 펜이 더 좋은 스승이라고 지금도 확신한다                         

이 포스트는 뽑히는 글쓰기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뽑히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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