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여름밤, 멋진 사람들의 쿨한 이야기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북콘서트 후기

인문 교양 읽기/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by 스마트북스 2018. 8. 1. 16:43

본문

한여름밤, 멋진 사람들의 쿨한 이야기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북콘서트 후기

한여름밤, 그 노래들

 

 
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는 7월의 마지막 날 저녁, 삼청동 라플란드에서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도 준비되어 있네요.      
,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사전예약제에 회비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40여명의 독자들이 참석해주셨답니다 
사회는 서종원 작가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북 콘서트 그 시작은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님이 불러주는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께노래로.
마이크 없이 부르는데 몰입도가 어마어마했어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는데도 홀리듯 들었습니다.

 

 


 

한여름밤, 그 목소리들

 

다음으로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낭독이 이어졌어요.
그림을 읽고 글을 쓰는 파워페부커이자 출판사 녹색광선 대표인 박소정 님은 미스포츈의 한 대목을 낭독하셨어요  
박소정 님은 17년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창업을 준비할 때 자신이 없고 자존감이 떨어져 힘들었을 때, 이 대목이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완벽한 빵을 빚어내지 못하더라도 빵을 빚겠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미스포츈 | Misfortune
     
자존감은 어릴 때 형성되는 게 맞다. 하지만 자존감을 키워나가는 일이 어릴 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을 통해서 얻어지는 자기 가치는 황금 열 냥 혹은 스무 냥처럼 귀하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더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굴하면, 드디어 고개를 들고 자신의 운 fortune을 부르러 갈 수 있게 된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의인화된 에게 반지 모양의 빵을 빚어주는 장면이다. 운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을 건네러 가는 모습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운이 있건 없건, 혹은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끌고가려는 강인한 정신력을 의미한다.
흙수저로 태어났다든가, 낳아준 부모가 마음에 안 든다든가 하는 어찌할 수 없는 내 삶의 운을 두고 원망하며 끌려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면 비로소 , 내 삶도 참 짠한 삶이구나, 어디 빵이라도 하나 구워줄까?’ 하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더럽고 냄새나고 초라한 자존감도 구하러 갈 수 있게 된다.
미스포츈의 은 외진 오솔길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빵을 굽는 화덕과 재를 치우는 구덩이 옆에 초라하게 앉아 있다. 빵이 먹고 싶어서 화덕 옆에 앉았으나 그 화덕에는 빵이 없다. 이는 사랑받고 싶으나 사랑받지 못한 초라한 자존감의 모습이다.
미스포츈이 자신의 운에게 직접 빵을 준다. 빵은 내가 자신에게 직접 가져다준 것이다. 자기 가치를 회복한 사람은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빵을 구워줄 수 있게 된다.
나란 년 인생도 박복하지만 어쩌겠나, 있는 게 이 삶뿐이니, 있는 거라도 알뜰살뜰 챙겨야 하지 않겠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푸념조이지만, 스스로를 엮어내는 이야기의 힘으로 자신을 잡아 일으켜서 드디어 씻기고 새 옷을 입혀 말갛게 빛나는 자존감을 빚어낸다. 그러자 아름다워진 이 미스포츈에게 옷에 다는 술 장식을 하나 선물한다. 아주 작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술이지만, 그게 신부의 드레스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인 것이다.


 
기업문화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신상원 님은 장미나무의 한 대목을 낭독하셨어요.
신상원 님의 책갈피 곳곳에 알록달록한 종이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도 얼마 전에야 장미나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보게 되었다며, 자신의 장미나무는 아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장미나무 The Rose Tree
여자로 산다는 것은 장미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세상은 오로지 꽃만 내보이라고 한다. 그러면 장미나무 밑에 자기 시체를 묻은 후, 울고 또 울어서 꽃을 피우는 삶을 살게 된다. 가장 깊은 죽음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사람은, 특히 여자로 태어난 사람은 그 속에 장미나무를 키울 가능태들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다가와 장미꽃을 보이라고 한다면, 그는 기어코 꽃만 꺾어가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자태, 소리, 향만 골라 추수하듯 가져가는 이들이다. 사람은 결과물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꽃 하나로 정의될 만큼 단면적이지 않다.
당신 속에 장미나무가 있군요라고 말하는 이야말로 꽃을 제대로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장미나무 아래에 무엇을 묻고 울고 또 얼마만큼 울었을지를 가늠하는 사람이다. 꽃으로 양분을 보내기 위해 줄기마다 어떻게 뾰족뾰족 가시를 틔웠는지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이 결과물 하나로 가늠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을 미루어 짐작해 알고 품을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장미꽃이 아니라 장미나무를 봐주어야 한다. 서로의 장미나무 아래에서 같이 울어줄 수는 없다. 슬픔은 오롯이 자기 몫으로, 눈물로 떨어져 파묻은 시체에 닿아 거름이 되어야 하더라. 장미꽃을 꺾지 않고 바라봐주며, 그 꽃을 피우기까지 어떻게 죽어 얼마나 깊이 묻혔는지, 얼마나 울어 그 아픔을 양분으로 삼았는지, 얼마나 힘들었기에 가시를 틔우며 올라와 꽃이 되었는지를 보아야 한다. 장미꽃이 아니라 장미나무를 보아달라. 그게 사랑이다.


 
여행전문가이자 작가인 정효정 님은 인어공주에 등장하는 이웃나라 공주의 이야기 대목을 낭독하셨어요.

정효정 님은
누구나 마음 속에 이웃나라 공주님이 있을 테고, 그 공주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테지만 그 이웃나라 공주 또한 사정이 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이를 적으로 돌리는 건 너무나 쉽다면서요.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그녀를 본 것은 나의 결혼 피로연에서였다. 너무도 아름답고 맑은 벙어리 소녀가 왕자의 결혼을 축하한다며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공기의 요정이 춤을 춘다면 저런 모습일까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알았다. ‘, 그녀가 왕자를 사랑하는구나.’ 왕자의 눈길도 그녀에게 끊임없이 가서 머물렀다. 참으로 아쉬웠다. 그가 그녀에게 머물던 눈길을 내게로 돌리면 눈에서 빛이 사라지는 듯, 일순 열렸던 영혼의 문을 걸어 잠그는 듯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 난 공주니까. 그의 왕국에 금은보화 지참금과 조선 기술사들을 데리고 시집가는 이웃나라 공주이니까. 내가 있는 한 북쪽 왕국도 건실한 배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A text is a text is a text is a text!

낭독을 들은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저자 조이스박 님은 어머, 내가 이런 글을 썼구나새삼 놀랐다고 웃으셨어요.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는 글은 작가의 것이지만, 책이 출간된 후 그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셨다고 하네요.“A text is a text is a text is a text!” 라는 멋진 말도 해주셨습니다.
 
조이스박 님은 독자들에게 멋진 영시를 읽어주셨는데요,
앤 마이클스의 May love seize you!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
부디 사랑이 여러분도 사로잡기를!

한여름밤, 그 이야기들

이외에도 많은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독자들의 질문은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웠고, 조이스 박 님의 답변은 진솔하면서도 부드러웠습니다.
꽃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뱀 같은 말과 꽃 같은 말이 즐거이 오갔습니다.
그 얘기는 그 시간에 묻어두려고 합니다.
혹시 다음에 북 콘서트가 있다면 꼭 오세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뿌듯함을 안고 가실 겁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