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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어떻게 여인이 되는가

인문 교양 읽기/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by 스마트북스 2018. 8. 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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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어떻게 여인이 되는가 


개구리 왕자 | The Frog Prince

 공주가 혼자 숲으로 놀러가 시원한 샘가에서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 그만 샘에 빠트렸다.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공을 찾아다주는 대신 자신을 궁으로 데려가 접시의 음식을 나누어주고 침대에서 재워달라고 했다. 공주는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개구리가 공을 건져주자, 공주는 개구리 따위 무시하고 부리나케 달려 궁으로 돌아와 버렸다.
다음 날 저녁, 궁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주세요. 사랑하는 공주님, 당신의 참사랑에게 문을 열어주세요. 푸른 숲속 샘가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말을 기억하세요.”
문을 열자, 어제의 그 개구리가 있었다. 공주는 파랗게 질려서 문을 닫아버렸지만, 약속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명에 어쩔 수 없이  개구리와 함께 식사하고 개구리와 함께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 개구리는 궁전 밖으로 나갔다. 공주는 안심했으나, 그날 저녁 개구리가 찾아와 식사하고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다음 날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세 번째 밤이 지난 후, 공주가 아침에 눈을 뜨자 개구리 대신 잘생긴 왕자가 침대 머리맡에 서 있었다.
왕자는 자신이 나쁜 요정의 마법에 걸려 개구리로 변했다며, 삼 일 동안 공주와 같은 접시로 식사하고 같은 침대에서 자야만 마법이 풀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주에게 청혼을 한다. 공주가 승낙하자, 궁전 앞에는 왕자의 나라로 데려가기 위해 여덟 필의 말이 끄는 마차가 온다. 마차를 타고 달려가는 동안 띠잉, ! 띠잉, !’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인 하인리히의 가슴을 둘러싼 쇠줄이 터지는 소리였다. 하인리히는 개구리로 변한 왕자때문에 가슴이 아파 터질 것 같아서 자신의 가슴 근처를 쇠줄로 감싸놓았는데  왕자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니, 심장을 얽어매었던 쇠줄이 기쁨으로 하나씩 터진 것이다. 개구리였던 왕자와 공주는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왜 하필 개구리일까?

파충류, 양서류 혹은 어류는 징그럽고 소름 끼친다. 같은 식탁에서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한다면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귀하게 자란 공주에게 개구리 하나가 들러붙는다.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침대에서 잠도 같이 자야 한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구리 왕자는 공주가 황금 공을 가지고 깊은 숲속 샘가로 가는 데에서 시작된다. 하필 공주는 왜 깊은 숲속 샘가로 황금공을 가지고 간 것일까. 숲의 의미는 무의식으로의 여행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깊은 숲속의 샘, 닫힌 정원의 봉인된 우물은 처녀성의 상징이다. 더군다나 소녀는 황금 공을 가지고 간다. 귀한 황금색의 공은 바로 알과 같은 모양이다. 알은 전형적인 여성의 상징물이다. 순결한 샘가에서 황금 공을 가지고 노는 공주라니. 황금 공을 의식할 나이가 되었으니 당연히 남자를 의식할 나이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었고 무의식이 원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샘 속으로 빠트려서 잃어버린 공은 외려 무의식이 원하는 것을 결핍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공이 없어졌어의 동의어는 결국 공을 주워다 줄 대상이 필요해이다. 그리고 곧 결핍을 채워주는 이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에구머니나, 개구리이다.
무의식에서 갈망하던 존재를 현실에서 육체로 확인하는 과정은 자기 분열적이다.
소녀는 현실에서 확인해야 하는 남자의 몸이 공포스럽다. 마치 개구리를 만지는 것처럼 소름 끼친다.
그래서 도망간다. 아버지의 궁으로. 그러나 아버지 왕이 명령한다. 약속한 대로 개구리와 같이 먹고 같이 자라고. 한때는 아버지도 어떤 소녀에게는 개구리였을 테니까. 그래서 공주는 어쩔 수 없이 개구리와 함께한다    

벽에 던진 건 자신의 공포

이 동화의 다른 버전에서는 삼 일을 침대에서 같이 잔 후에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버전에서 공주는 개구리가 역겨워서 벽에 내동댕이친다. 그러자 개구리가 왕자로 변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 폭력적인 행위를 통해 마법이 깨지고 개구리가 왕자로 변해서 고맙소!’ 하는 것이. 여기서 개구리를 벽에 던지는 행위는 자신의 공포에 힘껏 맞서는 행위이다. 소녀가 여자가 되려면 자신을 분열시키는 공포와 마주해서 힘껏 부인하고 이겨낼 수밖에 없다. 그러자 드디어 징그러운 몸을 가진 개구리가 공주의 눈에 남자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개구리는 왕자로 변하여 공주를 진짜 아내로 맞는다. 욕망과 공포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소녀가 공포를 이겨내고 온전한 여인으로 통합되자, 왕자는 공주를 아내로 맞아 자기 나라의 궁으로 데려간다    

남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개구리 왕자이야기 말미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하인 하인리히의 심장에 칭칭 감아두었던 쇠줄이 기쁨으로 하나씩 터지는 소리. 어쩌면 소녀가 여자가 되어 남자 앞에서 제대로 완성된 것은 동시에 남자 역시 자신의 본모습을 찾았다는 것이며, 여자 앞에서 드디어 남자로 완성되는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서로를 통해 자아상을 비추어보고 완성을 위한 결합을 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 가능태에 도달하지 못한 관계들은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내면 깊숙이 가능성으로 하나씩 품고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그게 오래된 이야기의 힘이고 역할이기도 하다.                             
                    

이 포스트는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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