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양서류 혹은 어류는 징그럽고 소름 끼친다. 같은 식탁에서 먹고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한다면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귀하게 자란 공주에게 개구리 하나가 들러붙는다.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침대에서 잠도 같이 자야 한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구리 왕자」는 공주가 황금 공을 가지고 깊은 숲속 샘가로 가는 데에서 시작된다. 하필 공주는 왜 깊은 숲속 샘가로 황금공을 가지고 간 것일까. 숲의 의미는 무의식으로의 여행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깊은 숲속의 샘, 닫힌 정원의 봉인된 우물은 처녀성의 상징이다. 더군다나 소녀는 황금 공을 가지고 간다. 귀한 황금색의 공은 바로 알과 같은 모양이다. 알은 전형적인 여성의 상징물이다. 순결한 샘가에서 황금 공을 가지고 노는 공주라니. 황금 공을 의식할 나이가 되었으니 당연히 남자를 의식할 나이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었고 무의식이 원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샘 속으로 빠트려서 잃어버린 공은 외려 무의식이 원하는 것을 결핍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공이 없어졌어’의 동의어는 ‘결국 공을 주워다 줄 대상이 필요해’이다. 그리고 곧 결핍을 채워주는 이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에구머니나, 개구리이다.
무의식에서 갈망하던 존재를 현실에서 육체로 확인하는 과정은 자기 분열적이다. 소녀는 현실에서 확인해야 하는 남자의 몸이 공포스럽다. 마치 개구리를 만지는 것처럼 소름 끼친다.
그래서 도망간다. 아버지의 궁으로. 그러나 아버지 왕이 명령한다. 약속한 대로 개구리와 같이 먹고 같이 자라고. 한때는 아버지도 어떤 소녀에게는 개구리였을 테니까. 그래서 공주는 어쩔 수 없이 개구리와 함께한다.
이 포스트는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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