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팀장 클레어는 위에서 내려온 일을 아래로 분배하는 중간 관리자다. 각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고, 해야 할 일과 기한을 정해준다. 정해진 기한 내에 각 개발자들이 일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한다.
그런데 클레어만이 위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전달하기에, 그가 자리를 비우면 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클레어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부재가 팀 전체를 마비시키는 보틀넥이기도 하다.
클레어는 팀원들의 사정을 듣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조용히 개별적으로 불러내거나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보다 회사를 우선시하도록 하여 개인이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한다.
클레어가 팀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은 거의 윗선에서 결정하여 내려온 것들이다. 스스로 결정할 일이 있다면 과거에 그와 유사한 결정이 윗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찾아본다. 만약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면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하여 부장에게 물어본 뒤 정식으로 결재를 올린다. 이러한 방식으로 클레어는 조직이 하나가 되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데 한몫을 담당한다.
다이앤은 회사의 미션, 팀의 프로젝트와 관련해 팀원 모두와 정보를 공유하고 세세하게 소통한다. 그리고 각 팀원에게 프로젝트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각 팀원은 책임감 있는 전문가로서 자신이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이때 기여할 것이 없는 팀원이 있으면 기여할 것을 함께 찾아보거나 아니면 그를 팀 또는 회사에서 내보내야 한다.
다이앤의 일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은 일대일 미팅이다. 개인의 사정까지 세세히 살펴서 회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각 팀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하여 코칭하거나 적절한 멘토를 붙여주기도 한다. 팀원이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나가면서 회사의 미션을 수행하는 데 기여한 것을 회사로부터 인정받으면 그 팀원을 승진시키는 일도 쉬워진다.
다이앤은 팀원들이 팀 또는 회사가 효율적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면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은 기분이 든다.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으로 구체화되도록 팀원들을 독려하고,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다이앤의 특기이다. 다이앤은 팀원들의 성장을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조직도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이다.
클레어가 일하는 방식은 혁신적인 방법을 창출하기보다는 빠르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상적이다. 클레어의 팀에서 팀원들은 능력 좋은 엔지니어이기만 하면 될 뿐 최고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윗선에서 위임받은 경영권의 일부를 행사하기 때문에 팀장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이행하는 것이 팀원 개개인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이앤은 팀원들이 각자의 장점과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기여하도록 유도한다. 진행이 느릴 수도 있지만, 다양한 경우를 상정하고 많은 전문가들과의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이기에 향후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팀원들의 노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에 두루 쓰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프라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다이앤의 성공은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동성에 크게 좌우된다.
매니저라면 인프라 역할에 충실해야
세금을 잘 내는 시민이 자유롭게 전기와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면, 시민이 경제 활동을 통하여 가치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나라 경제가 위기를 맞는다. 마찬가지로 매니저가 인프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팀원들은 물론이고 회사 역시 성장하지 못한다. 역할 조직 팀원들은 자신이 열심히 창조에 기여한 만큼 매니저로부터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난다. 물론 전문 지식이 부족하거나 능동적 역할 수행이 어려운 팀원이 잘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편 위계 조직에서는 조직의 결정을 따르지 않거나 절차를 무시하고 큰 실수를 한 경우에 징계를 당하거나, 회사에서 잘리거나, 나아가 배상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는 조직인가, 전문가들과 함께 혁신하는 조직인가에 따라 매니지먼트 스타일도 클레어와 다이앤의 예처럼 달라진다. _Aiden(송창걸)
이 포스트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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