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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임원들이 직원을 상대로 갑질하지 않는 이유는?

경영 자기계발/실리콘밸리를 그리다

by 스마트북스 2018. 9. 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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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임원들이 직원을 상대로 갑질하지 않는 이유는?

임원을 위한 특별 대우는 없다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의 임원들이 기내용 가방에 노트북 가방을 하나 더 메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출장을 간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옆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하고 있어 살펴보니 모 기업 임원이더라.” 하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나 흔하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최고경영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기술경영자 등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거의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디시 네트워크의 사장 찰리 에르겐Charlie Ergen은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닌다.
아무래도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보다는 급속히 성장한 스타트업이 많다보니, 형식적인 것보다 어떻게든 일이 되게 하는 정신
Scrappiness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사 딸린 고급 차를 타고 수행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인사를 받는 임원은 오히려 생소하다. 회사 안에서도 사장실, 회장실 등 임원을 위한 특별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임원도 직원들과 같이 열린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다.   

No Hurries, No Worries!

실리콘밸리에서는 늘 바쁘고 정신없어 보이는 사람은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하고 의미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미팅이 빽빽하게 잡혀 있지만, 급하게 일하거나 의사 결정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다. 언제나 차분히 계획하고 실행한다.
특별한 요청이 있는 회의 외에는, 상시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 시중을 드는 비서가 따로 없다. 점심 미팅이 있을 때 도시락을 회의실에 갖다둬야 한다거나 원격 회의 세팅이 필요한 경우에 비서에게 특별 요청을 한다. 이렇다 보니 임원과 비서의 일정이 따로 돌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비서는 원격으로 임원의 일정을 관리하고, 임원은 그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또한
비서가 임원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해주는 경우가 없다. 비서는 임원의 편안한 회사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임원이 미처 신경 쓸 수 없는 일, 일정 정리나 외부 손님들과의 미팅 확인, 행사 코디네이션 등을 전문적으로 하며 그 이외의 일을 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는다. 아무 때나 불러서 임원의 여행 계획을 돕게 하거나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임원을 비롯한 직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건강과 가족이다.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일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밤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아주 삼가야 한다. 입사 초기에 열정이 넘쳐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다음 날 임원이 따로 불러서 밤에 이메일을 보내면 상대도 신속히 답해주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기고 당신도 생활과 일의 균형이 깨지니,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급할 것 없으니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고, 추가로 더 일하고 싶을 때는 정말 그래야 하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치지 못할 정도라면 그것은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므로 업무량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임원들은 때로 업무 외에 선배 부모로서 육아와 가정생활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해준다. 아기가 아프면 경험에 비추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임원의 소통법

역할 조직에서는 비서도 아랫사람이 아니라 임원의 동료일 뿐이며, 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매우 자세히 소통한다. 역할 조직에서 많은 의사소통은 미덕이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고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직원은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자칫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주 중에 잭과 미팅을 잡아주세요.”라는 말은 변수가 많은 의사소통이다. 이 한마디로 일정을 잡으려면 전후 사정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간결한 의사소통을 미덕으로 삼는 위계 조직에서는 마음이 잘 맞는 비서나 부하 직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역할 조직에서는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여 비서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미팅을 잡아야 할 경우, 그 내용은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선호하는 날짜나 시간, 장소는 어떠한지, 임원의 일정이 이미 꽉 찼다면 다른 어떤 일정과 대체하면 좋을지를 임원에게 묻고 충분히 논의한다. 미팅을 잡으면 인터넷 캘린더 등으로 이를 공유한다. 임원은 그 일정을 확인하고, 변경을 원하면 다시 의사소통하여 어떠한 점을 더 고려하여야 할지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 임원들은 일정이 빼곡하다 보니, 점심시간이나 티타임에 직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일대일 미팅을 많이 한다. 임원은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직원들과 많이 나누어서, 자신이 회의에 불참하여도 다른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 입사한 사람과는 꼭 만나보아야 한다며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30분은 새 직원과 일대일 미팅을 한다. 인턴이든, 디렉터든 상관없이 의제가 있고 회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임원에게 메일을 보내 미팅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나는 높은 사람이니 너는 상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모두에게 정확하게 공유되고, 현재 회사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원으로서 충분히 아는 것이 회사에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부족함이 없도록 일대일 미팅이나 스킵 레벨 미팅Skip level meeting을 활발히 하려고 노력한다.

직원을 전문가로 존중하는 임원

일반 공채로 뽑은 사람들에게 비슷비슷한 일을 맡기는 위계 조직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덜 소중하게 대하게 된다. 그러나 역할 조직에서 각 역할을 맡은 사람은 모두 전문가다. 그러한 조직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실리콘밸리 임원들은
나보다 높은 사람, 나보다 낮은 사람같은 서열 의식이 거의 없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경험한 임원들은 그런 인식이 아예 없는 듯했다. 나이 많은 임원들은 동네 아저씨나 지혜로운 할머니, 할아버지같고, 젊은 임원들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며 친구같이 지낸다. 윗사람으로서 완벽한 척하기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의사소통하고, 동료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 다른 모든 직원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신비주의 전략 같은 것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회사와 스스로의 발전을 추구하는 임원이라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권위를 자신의 일에만 한정할 줄 안다.

때로는 친구 같은 임원

 

실리콘밸리 임원들은 때로 친구 같다. 내가 회사 공유 캘린더에 유급휴가라고 써넣고 이메일로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할 때 임원이 처음 던지는 질문은 어디 가?”였다. “일은 어떻게 하고?”가 아니라. 업무 인수인계는 내 영역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물어보지 않는다. 대신에 잘 다녀와.”라거나 신나게 놀고 와.”라고 인사한다. “힘들게 일했으니 좀 오래 놀아도 괜찮지 않겠어.”라거나 일 안 하는 직원이라고 밉보이면 어떡하지?” 같이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스스로 휴가를 정당화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회사의 중요 제품 론칭 시기나 큰 행사 일정은 연초에 미리 발표하기 때문에 갑자기 생긴 회사 일정으로 휴가 계획을 변경하거나 휴가를 갈지 말지 생각하면서 대기하는 일도 없다. 휴가를 다녀오면 일대일 미팅 때 휴가 기간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친구 사이처럼 같이 웃고 떠든다.
우리 회사 임원은 개를 좋아한다. 내가 회사에 개를 데려가면 사무실 바닥에 엎드려 개와 같이 놀 정도이다. 더 좋은 임원이 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그냥 그렇게 행동한다. 좋은 간식을 발견하면 나누어주고 개를 데리고 같이 산책도 한다. 사실 내가 개를 회사에 데려가는 날에는 임원뿐 아니라 여러 동료 직원들이 내 주변에서 놀다간다.

임원 주관 면접, 무엇보다 중요해

임원들이 주관하는 면접은 매우 중요하다.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판단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원들은 아무리 바빠도 입사 지원자들을 직접 만날 시간을 내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원을 채용하는 최종 단계에서 임원 면접을 거친다. 가장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꼼꼼하게 준비하여 면접에 임한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면접 연습을 할 때 깔끔하고 단정하게 옷을 입고,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면접관에게 어떤 일도 척척 해낼 수 있는 사람,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 예의 바르고 싹싹하고 눈치 빠른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압박 면접에 대비하여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을 만들고 대답하는 연습도 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의 임원 면접은 사뭇 달랐다. 내가 경험했던 임원 면접 중 일부를 소개해보겠다.
면접은 편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악수와 함께 시작된다. 어느 임원은 5분 정도 면접에 늦게 들어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문화 충격이었다. 아무리 바쁜 임원이라도 지원자 여러 명을 한자리에 앉혀놓고 면접을 보는 일은 없다. 그렇게 하면 지원자를 깊이 이해하며 대화를 나누기 불가능해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면접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임원은 내가 회사와 해당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나는 이 회사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내 비전과 맞는 곳인지를 확인했다.
면접 중에 내가 했던 질문들을 몇 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임원으로서 당신이 생각하는 회사의 향후 10년간 비전은 무엇인가?
2. 그 비전을 위하여 지금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3. 내가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4. 내가 이 회사를 선택하여야 하는 이유, 이 회사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5. 임원이라도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이 회사에서 어떤 것을 제일 많이 배웠나?

그리고 그 대답을 들으면서 회사 제품에 대해 질문하고 구체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깊게 이어나갔다. 임원들이 회사 비전을 구체적이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이 사람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금 난감하고 답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하는 임원들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임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직장 동료

임원들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은 직장 동료다. 나에게 그들은 회의 일정을 잡거나 최종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동료지만, 그 밖의 일을 할 때는 다른 동료들과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실리콘밸리다 보니, 모든 임원이 다 이런 원칙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이 그 자리가 가진 힘을 잘못 사용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 이사회가 제재를 하여 최고경영자를 바꾸기도 한다. 실제로 2017년 우버의 최고경영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성 추문 등의 문제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상하 관계가 중요한 위계 조직에서 좋은 윗사람은 덜 권위적이고 비교적 정중하게 말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착한 갑인 경우가 많다. 내 말대로 해!”라고 윽박지르지 않고 이러한 방법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주지만, 근본적인 상하 관계와 업무 흐름은 다르지 않다.
임원이 모든 정보와 결정권을 독식하는 권력자가 되면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 임원들의 겸손한자세는 사실상 엄청난 연봉을 주고 데려온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동등하게 친구처럼 지내되 경험 많은 임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여 멘토로서 다른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것, 이것이 실리콘밸리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또 한 가지 방식이다. _Erin(김혜진)

이 포스트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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