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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에 줄서기, 사내 정치질이 없는 이유

경영 자기계발/실리콘밸리를 그리다

by 스마트북스 2018. 9. 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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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에 줄서기, 사내 정치질이 없는 이유

우리의 미션을 위해 어떤 일을 했나요?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은 미션도 다르고, 업무 수행 방식도 다르고, 추구하는 인재상도 다르다. 따라서 직원을 평가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위에서 결정한 일을 시켰을 때 빠른 시간 안에 거의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을 중요한 인재라고 여기는 위계 조직에서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시키는 일을 얼마나 잘, 빨리, 많이 수행했습니까?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결정권자이고 전문가이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회사의 미션을 실행하기 원하는 역할 조직에서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우리의 미션을 위하여 어떤 일을 했습니까?

 

공채 기수도 없고, 각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역할 조직에서는 각자가 일하는 시간도, 방식도 다르다.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있지만 기획자는 없다. 누구도 일을 정의해주지도, 나누어주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적게 일한다. 각 팀원이 자신의 전문성에 비추어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목표를 이루어간다. 어떤 엔지니어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팀을 이끌고, 어떤 엔지니어는 전반적인 설계를 담당한다. 어떤 엔지니어는 코드를 빨리 짜고, 어떤 엔지니어는 코드 리뷰를 잘 한다. 물론 한 사람이 코드를 다 짤 수도 없고,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팀원들은 고마워하고 높이 평가한다.
위계 조직에서 팀장이 팀원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동료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팀원이 팀장을 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 결정권은 어차피 위에 있고, 일을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 아랫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평가하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역할 조직에서는 매니저가 평가를 도맡기가 매우 어렵다. 팀원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일을 할 뿐 아니라, 그 일들이 프로젝트의 완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량화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팀원이 한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다. 매니저는 그의 동료들에게 물어서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동료 평가가 중요하다. 동료가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는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경력이 많은지 적은지는 상관없다.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물어본다. 또한 매니저는 결정권을 가진 리더가 아니라 역할이 매니저인 동료로서, 팀원의 일을 평가할 때 동료 매니저들과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평가 또한 반드시 취합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역할 조직에서는 각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을 평가하기 위하여 360도 인사 평가를 한다. 직위와 직무와 연차와 나이와 전혀 상관없이 매니저를 포함해 해당 직원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한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직원 평가 방식

실리콘밸리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1년에 두 번 인사 평가를 한다. 우선 자신에 대하여 평가한다. 지난 6개월간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보완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를 자세히 쓴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 에어비앤비에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서를 쓴다    

자체 평가는 이후 회사 전체에 공개된다. 그러고 나서 나를 평가(리뷰)할 사람으로 매니저를 포함하여 5명 정도를 정한다. 대부분은 같은 팀원 모두와 외부 팀원 2~3명을 선택한다. 외부 팀과의 협업이 많지 않은 주니어 직원의 경우에는 내부 팀원들만 선택하기도 한다. 외부 팀원이 주는 좋은 평가는 나의 기여도가 팀을 넘어설 정도로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레벨5 이상으로 승진할 때 중요한 변수가 된다.
평가자 선택은 매니저의 승인을 거친다. 매니저는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평가받을 사람의 선택에 대하여 조언한다    

1. 친하거나 유리하게 말해줄 사람들만 평가자로 선택하지 않는다.
2. 갈등이 있었던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다.
3. 한 사람이 너무 많은 리뷰를 쓰지 않도록, 한 사람이 평가하는 사람 수를 제한한다.

매니저와 협의를 거쳐 평가자들을 확정하면 그들에게 평가 요청서가 전달된다. 또한 내가 평가할 동료들의 명단을 받는다. 동료 평가서는 다음과 같다.
 

추궁이 아닌 객관적인 피드백

 평가서는 평가 대상자의 매니저에게 전달된다. 매니저는 평가자들의 의견을 모아 보고서와 최종 평가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일대일 미팅 때 평가 대상자에게 구두 또는 문서로 전달한다. 피드백의 결과는 이후 회사에서의 승진이나 해고 등에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피드백을 받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추궁이나 경고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듣는 자리다.
최종 평가는 역할 기대치에 비추어 얼마나 좋은 기여를 했는지를 5단계로 평가한다. 대부분은 모든 기대에 부응함을 받는다. ‘일부 기대에 부응함을 받으면 이는 경고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침을 받는 경우에는 해고 전 마지막 기회인 회사가 직원과 업무 성취에 대하여 조정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시 말해 이후 3개월간 주어진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인사 팀 매니저가 평가한다. 3개월 뒤에도 기대에 못 미침평가를 받으면 해고된다.
해고는 회사의 경영 성과가 좋지 않거나 프로젝트가 없어져서 해고되는 경우와 개인의 성과가 좋지 않아 회사가 직원과 업무 성취에 대해 조정하는 시간을 거쳐 해고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걱정할 것이 없다. 현재 실리콘밸리는 인재가 부족한 탓에 다른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줄을 설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해고 시 2~4개월치 월급을 한 번에 주기에 여유롭게 이직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최종 평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임을 두 번 정도 받으면 상위 레벨로 승진한다. 일반적으로 레벨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한 단계 위의 레벨에 해당하는 성과를 1년 정도 보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한다고 당장 역할이 바뀐다고 보기는 힘들다. 연봉은 1년에 보통 0~10% 정도 오른다. 연봉을 크게 올리기는 굉장히 어렵다. 만약 연봉을 현재보다 두 배 높게 받고 싶다면 이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이직을 통하여 자신의 시장가치를 평가받으려는 이들이 많다.

팀원이 매니저를 평가한다

회사 인사 평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매니저에 대한 평가다. 매니저도 앞에 나온 평가 양식으로 평가한다. 매니저가 윗사람이 아닌 역할이 매니저인 동료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 평가가 가능하다. 매니저는 이를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고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며, 매니저의 매니저는 매니저를 평가하고 승진시키는 데 필요한 과정이자 자료로 활용한다.
위계 조직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급자에 대한 평가는 의미가 없거나 무리다. 또 매니저의 권위를 실추시켜 팀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할 조직에서는 모든 사람이 각각 제 역할을 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팀원들이 하는 평가는 매니저가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매니저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으면 매니저들의 잘못을 고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매니저들이 흔히 하는 잘못으로 다음 같은 것이 있다.
 

•팀원들과 상의 없이 결정한다.
•정보를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아서 정보의 병목현상을 만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원만 승진시키려 노력한다.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기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능력만 강조한다.

 매니저가 매니지먼트를 잘못할 경우 360도 인사 평가(매니저의 매니저, 동료 매니저, 팀원의 평가)를 거쳐 잘못을 바로잡고 회사와 팀을 위하여 더 좋은 매니저가 되도록 유도한다. 계속 매니지먼트를 잘못할 경우 회사의 비용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매니저에 대한 평가는 아주 중요하다.
 

동료들 중심의 360도 인사 평가의 장점

1. 공정하고 실제 도움되는 피드백을 줄 수 있다
평가자가 매니저 하나일 때는 그의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가 야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야근하지 않는 사람은 공정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360도 인사 평가 시에는 같은 팀 동료들, 협업한 다른 팀 동료들이 평가하기에 실무적인 측면에서 더 정확하고 여러 사람의 시각이 반영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매니저나 팀 선택, 즉 줄서기에 평가가 좌우되지 않는다. 팀의 성패보다, 매니저의 마음에 드는 것보다 업무로 엮이는 동료들의 평가가 중요하다. 동료들은 평가 대상자가 야근하는 것을 높이 사지 않는다. 그의 기여가 팀의 성공과 동료들의 성공에 얼마나 좋은 기여를 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2. 기여에 따른 보상이 가능하다
매니저가 인사 평가를 하는 체제에서는 팀의 성패가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직원이라도 팀 프로젝트가 망하면 승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매니저가 회사에서 신망을 잃으면 직원에 대한 그간의 평가도 객관적인 평가로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하고, 매니저들 역시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치적 활동을 중요시하게 된다.
팀 내외 동료들과 매니저에 걸친 360도 인사 평가는 훨씬 더 객관적인 자료가 된다. 또 회사의 미션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한 평가 절차는 승진, 해고, 연봉 인상 등의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개인의 성과와 능력에 따른 보상이 가능하다.
 
3. 매니저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발전한다
매니저는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평가할 필요가 없다. 평소에는 전문가적인 가이드를 해주고, 성과는 동료들의 평가를 종합하여 측정하면 된다. 매니저는 관리자나 감시자보다는 멘토나 코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모든 매니저가 다 좋은 매니저인 것도 아니고, 매니저의 역할이 쉬운 것도 아니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나고 사람을 다루는 실력도 뛰어나야 매니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360도 인사 평가는 매니저 스스로 자신의 어떠한 점을 보완하여야 더 훌륭한 매니저가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위계 조직에 도입한다면?

역할 조직은 위계 조직에서 한 사람에게 최종 결정을 내릴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비효율과 부작용을 초래하는지를 깊이 이해한 끝에 나온 대안이다. 역할 조직이 누군가의 감독과 감시 없이도 최대한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360도 인사 평가를 통한 객관적인 피드백과 공정한 보상 체계다.
360도 인사 평가와 보상 체계를 위계 조직에서 사용하면 의미 없는 평가들만 쏟아질 것이다. 동료들은 경쟁자고 매니저는 일을 시키는 권력자인 상황에서 동료들의 평가는 공정하기 힘들고 권력자에 대한 평가는 위험하다.
달리기경주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사람은 코치가 금방 알아본다. 옆에서 같이 달리는 경쟁자들보다는 코치가 객관적으로 더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 내가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패스를 잘해주는 사람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패스해주면 좋을지에 대한 피드백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 _Will(유호현)

 

이 포스트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에서 발췌,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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